[일반] 기기를 수리한다는 것
1981년 가을 남대문시장에 황동 버너를 수리하러 간 적이 있습니다.
당시 대학생이던 저는 여름방학 (6월 5일 시작 8/31)동안
전국을 도보여행으로 캠핑장비를 들고 다녔습니다.
하루 3끼를 꼬박 챙겨먹는 습관으로
버너도 매일 2~3번씩 달구어 졌습니다.
8월 마지막 집에 오는길에 그만 고장이 났습니다.
고장은 통에 작은 구멍이 났고, 너무 자주 공기 압축 펌프를
눌러대는 통에 펌프도 고장 났습니다.
인터넷이 없던시절이라 수리점을 못 찾던 때라 고생고생하며
고장 수리하는 수리점을 여기저기 수소문 한 끝에 남대문시장 끝에
황동버너 수리하는 곳을 알아 내서
수리하러 갔습니다.
그 수리하시는 분은 버너를 보더니 내부 통이 낡아서
통이 터진 것이라며 대충 가벼운 망치로 콕 치는데
크게 구멍이 나 버렸습니다.
망연 자실하는 나에게 비교적 생각보다 저렴한 가격에 수리비를 요청하여
비싸지 않은 가격이라 수리를 맡겼습니다.
그 수리 하시는 분은 망치로 여기저기 두두리는데 3군데나 더 구멍이 났습니다.
'무지 낡았군' 하면서 껄껄 웃더니, '아마 석유 외에 알콜이나 물이 들어가서
그런거'라고 알려 주셨습니다.
아마 ...
어쨌던 내 눈앞에서 작은 망치와 쇠모루 그리고 구리 막대 하나로 여기저기
두들기면서 꾸부리면서 수리를 시작하는데..
정말 놀랄 정도로 망가뜨리는 것입니다.
그러더니 약한 부분 죄다 제거하고
정말 새것보다 더 좋은 상태의 신제품을 만들어 놓았습니다.
심심한지 저에게 이것 저것 전국을 돌아온 여행 다녀온 이야기 물어보더니
[수리]라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한 것이 생각 납니다.
본인은 수리하면서 원래대로 되돌려 놓는게 아니라
[새롭게 창조하여 만드는 것]이란 생각을 한답니다.
요즈음 오래되서 푸~~욱 썩은 골동품을 되살리는 유튜브가 생각 납니다. '
문득 책장 정리하다 황동 볼트 생각나서 옛날 이야기 한번 해봤습니다.